16 9월

선재원 교수의 단식에 대한 명상

평택대학교 구성원들께,

  저는 신학과의 유윤종입니다. 2001년부터 본교의 신학과 및 신학전문대학원에서 교수로 구약성서를 강의하고 있으며 목사이기도 합니다. 현재 교수회에서 사회봉사분과를 맡고 있습니다.

  3일전부터 시작된 천막 및 선재원교수 단식 농성을 보면서 본교의 역사와 전통에 누구보다도 민감하며, 본교 전 구성원에 대한 영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신학과 교수의 한 사람으로 너무나 가슴이 아리고, 고통스러워 이렇게 글월 올리게 되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원하지 않으시면 다음부터는 제가 보내지 않겠습니다.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교수회가 내걸고 있는 핵심적인 사안은 ‘평택대학교 정상화’입니다. 정상화가 무엇일까라는 점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어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보니까,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사립대학의 공공성이라는 보편성에 근거해 상식과 법리, 절차적 민주성에 따른 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 학교는 그것에 비해 훨씬 더 고상하고 아름다운 궁극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피어선 정신의 회복입니다.

  1910년 70이 넘은 나이에 배를 타고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와서 복음을 전하고자 했지만 육신의 질병으로 인하여 돌아가야만 했던 그 안타까운 열정과 거룩한 뜻…그 뜻이 주춧돌이 되어 세워진 우리 학교입니다. 피어선 선교사님이 가졌던 그 열정과 거룩한 뜻은 어느 한 사람에 의하여 좌지우지될 수 없습니다. 그 뜻은 우리 구성원 모두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입니다. 그 뜻은 온 구성원이 한 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겸손하게 소통하며 섬김을 가르치고 배울때 지킬 수 있습니다. 2017년 그러한 일터로서의 평택대학교는 한 개인의 일그러진 욕망으로 인하여, 1912년의 첫 역사 때의 마음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습니다.

  먼저 목사로서 너무나 부끄러웠음을 고백합니다. 쓴 소리마저 외쳐야 했던 예언자로서의 소명을 감당하지 못했음을 구성원들께 부끄러움을 고백하며, 하나님 앞에 용서를 구합니다. 목사로서 제일 앞장서지 못하고 선재원 교수님의 거룩한 용단 앞에 안타까움으로 발을 동동굴릴 수 밖에 없는 제 자신은 심한 자괴감에 빠져있습니다.

  천막농성과 단식을 극구 말렸던 저로서는 선재원 교수님과 이런 저런 방식으로 동참하고 계시는 많은 구성원들을 보며 새로운 희망을 보고 설레임으로 이 글을 씁니다. 텐트를 칠 때 도와준 학생들, 말없이 들러 지지를 표지해주고 간 분들, 빵을 갔다 놓고 간 졸업생, 릴레이 단식을 계속 하겠다고 자원해주시는 교수님들과 직원 선생님들까지…아아 다들 말은 안했지만 마음으로는 같은 안타까움을 가지고 현재의 모순을 동일한 심정으로 느끼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들 죽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마음으로는 살고자 각자 몸부림치고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희망이었습니다. 선교수님의 거룩한 뜻과 희생으로 인해, 죽음 직전의 형해화된 뼈만 앙상하게 남은 피어선 선교사님의 정신에 피와 살을 덧붙이는 일이 몽상이 아님을 보게 되었습니다…그것은 구성원 모두가 뜻을 모아 동참할 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봅니다. 학생, 직원, 교수, 재단이 군림하지 않고 한 마음 한 뜻으로 겸손하게 서로를 존중하며 섬기는 피어선 정신의 현재화…그것이 진정 꿈이 아니었음을 며칠간 지켜보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재 단식 3일째 선재원 교수님은 육신의 배고픔으로 인해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하나님께 그 빈 속을 은혜와 사랑과 정의와 용기로 채워주시길 간구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피어선 정신이 회복될 그날까지 강건하길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신학과 유윤종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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